4.27 판문점 선언이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상황이 된 가운데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현 정부 임기 내인 오는 2022년 5월 이전에 현재 21개월(육군·해병대 기준)인 현역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3개월 단축할 예정이다.
따라서 2주일에 1일씩 또는 10일에 1일씩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안(案) 중 2주일에 1일씩 단축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그럴 경우 내년 초 전역자들부터 복무 단축이 실행에 옮겨질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달 중 청와대 보고 후 이 같은 복무 단축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외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군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때 부터 지금까지 핵시설을 감축 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증강시켰고 SL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장착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와중에 군 복무 단축안을 발표하는 건 자살행위다. 더군다나 정부가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 조성을 전제로 전방 일반 전초(GOP) 등에 자리한 98개 군사 주둔지 철수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 돼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 등, 병력거부에 길을 열어준 상태라 대한민국 안보는 적군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군 복무 기간이 줄어들면 숙련도와 간부 충원에 적잖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병사들의 비(非)숙련 비율은 18개월로 단축되면 67%, 12개월로 단축되면 100%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복무 장교 지원율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병 복무 기간이 24개월에서 21개월로 3개월 단축됐을 때 단기장교 지원율은 15~20%나 줄었다. 복무 기간 3개월 단축 시 오는 2025년 단기장교 지원은 35~40%가량 줄어들 것으로 국방연구원은 분석했다.
국방부는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숙련도 문제를 하사 수준의 월급(145만~205만원)을 받고 6~18개월 복무하는 유급 지원병과 군무원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급 지원병은 당초 2만5000명을 목표로 했지만 지원이 저조해 2011년 1만1000명으로 줄었고, 5500명 수준까지 감축을 검토 중인 실정이다.
대규모 병력 감축은 육군에서만 이뤄진다.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총 11만8000명이 줄어든다. 오는 10월쯤 육군 1·3군사령부를 통합해 지상작전사령부를 창설하는 데 이어 2개 군단, 7개 사단이 해체되고 2000여 개의 중대~대대급 부대가 개편된다. 현재 최전방 경계를 맡고 있는 사단 숫자도 절반으로 줄어 5년 뒤엔 사단당 담당 정면(철책선)이 20~30여㎞에서 40여㎞로 2배가량 늘어난다.
병력 감축은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역 자원 감소, 무기 체계 중심의 첨단 미래군 발전 등의 측면에서 불가피한 점이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커져 급변 사태가 발생하고 안정화 작전을 펴야 할 경우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부담이다. 미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박사는 국내 세미나에서 "북한 안정화 작전 등에 최소 26만~40만명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군축 추진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에 대비해 병력 감축을 대북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 군축이 이뤄지면 병력을 줄여야 하는데 우리가 미리 감축하면 우리만 일종의 이중 과세를 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