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55)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함께 경제성장을 이룬 ‘베트남의 길’을 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김정은이 중국, 베트남처럼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발전에 나선다는 것이냐?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못한다”라고 선을 그어 말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북한은 과거와 다르다’고 한다고 말하자, 태 공사는 “착각이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권좌에서 물러났나? 아니면 민주주의적으로 통일이라도 됐나? 북한이 주민들에게 바깥세상과 소통하도록 했나? 겉으로 나타난 표면적 정세만 변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북한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북한의 모든 정책은 김정은 체제 존속을 위해 존재한다. 그건 북한에서 헌법보다 더 높이 치는 노동당 규약에도 명시돼 있다. 김씨 왕조는 신적인 존재”라고 설명했다.
왜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엔 “중국과 베트남엔 있지만 북한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첫 번째는 정보 접근의 자유때문이다. 중국과 베트남에선 어느 정도의 검열은 있지만 인터넷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이동의 자유때문이다. 북한에선 거주지를 함부로 옮길 수 없고,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때문이다. 중국과 베트남에선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아도 출세할 수 있지만 북한은 다르다. 무조건 당원이 돼야만 한다. 이런 통제사회에서 개혁·개방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북한이 원하는 경제개발 방식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엔 “관광특구를 먼저 개발하고 나중에 개성공단과 비슷한 단절적이고도 폐쇄적 형태의 공단을 10여 개 세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제조업보다 관광이 우선이냐는 질문에 “관광을 중시하는 이유는 국제 사회의 제재 없이 개인이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관광객이 돈 쓰고 가는 걸 누가 뭐라 하겠나, 그러니 관광업을 활성화해서 외화벌이에 나서려 한다. 원산, 백두산 같은 곳을 관광지로 적극 개발하려는 게 그런 이유이다. 아직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방 국가에서 투자를 받긴 어려울 것 같다. 한국 기업들도 개성공단이 폐쇄된 뒤 큰 피해를 입었다. 체제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걸 이해하려면 우선 북한의 상품가격 구조를 알아야 한다"라며 "북한에선 상품에 세 가지 가격이 매겨진다. 첫 번째는 국가가 정한 가격이다. 이건 유명무실해졌다. 두 번째는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암시장 가격이다. 세 번째가 수출 가격이다. 문제는 북한에선 월급만으로는 전혀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쌀, 설탕과 같은 식량이나 돈을 더 주는 형식으로 간신히 돌아간다. 이런 ‘플러스알파’를 줄 수 있는 자금 원천이 수출이다. 대북 제재는 수출길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체제 유지에 위협적이란 뜻인지 묻자 “그렇다. 대북 제재는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도 귀환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민심이 흔들린다. 더 이상 외화를 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는 이걸 최악의 상황으로 여기고 있다. 주민들을 배부르게 하지 못하면 체제가 무너진다는 것을 김정은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남북경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경협을 하는 건 퍼주기에 불과하다. 남북경협을 통해 한국 경제가 나아지고 한국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건 환상”이라고 경고했다.
그래도 경협을 하면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고 북한 인민들의 생각이 바뀌거나 김정은 체제가 변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북한에서 살아보지 않아 북한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북한 사람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70년 동안 살아왔다. 바깥세상을 모르고 저항 심리가 전혀 없다. 과거 한국에서처럼 북한에서 민주화 시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부 예외가 있었지만 한국에선 집회에 참여해도 최루탄은 맞아도 기관총은 맞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에선 기관총을 쏜다. 그 공포심과 공포정치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비핵화하리라고 믿나라는 질문에 “절대로, 절대로 믿지 않는다. 북한은 핵을 절대로 놓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핵 없는 북한’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김정은을 신격화 할 수 없고,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낼 수도 없고, 경제발전 노선도 무너진다.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라고 이유를 들었다.
체제 유지의 핵심이냐는 질문에 “미국의 북한 연구자들도 북한에서 핵실험할 때 왜 주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북한에선 핵을 체제를 지킬 보검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 김정은은 핵무력을 완성하고, 경제도 살리고, 미국이란 거대 국가와 맞서는 ‘빛나는 지도자’로 선전된다”고 답했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자, 태 공사는 “종전선언은 비록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지만 김정은에겐 자신이 평화를 사랑하는 지도자란 걸 홍보할 절호의 기회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정상국가 지도자 김정은’이 핵을 보유하는 데 대해선 별 거부반응을 갖지 않게 된다. 저는 이 점을 아주 걱정하고 있다. 북한도 종전선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에 맞춰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속전속결로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가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말하자, “이제서야 조금씩 현실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언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걸 굉장히 강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역시 북한 특유의 ‘저팔계 외교’에 휘말려버렸다. 저팔계처럼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얻어먹을 건 다 챙겨먹는 방식의 외교에 당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북한은 우선 신뢰를 구축한 뒤 비핵화를 주장했다. 미국은 비핵화 우선을 요구했지만 ‘싱가포르 합의문’을 보면 북한 뜻대로 선 신뢰 구축, 후 비핵화로 적혀 있다. 이 합의문에서부터 꼬여 지금 미국이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하지 못하고 북한으로부터 강도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독대할 때 비핵화 얘기를 거의 안 한 것 같다. 그래서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 이후 미국을 비판하는 담화를 쓴 것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 쪽 담화에 별도 성명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글엔 글로, 논리엔 논리로 맞받아쳐야 하는데 미국도, 한국도 이게 잘 안 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미국에도 밀리지 않는 북한의 외교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냐는 질문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북한 외교관이 10대 시절부터 길러진다는 것이다. 외교관 지망생을 수뇌부에서 미리 뽑아 청소년 때부터 외국어와 웅변술을 가르친다. 협상술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엄격히 지도한다. 두 번째는 문장 논리이다.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성명은 수십 명의 외교관이 달라붙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작성한다. 마지막은 강력한 협업 체제이다. 핵심 테마에 대해선 외교와 군사 부문의 모든 담당자가 다 달려든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태 전 공사에 대해 여러가지로 음해하지만, 결국 태 전 공사가 북한에서 고위관료를 지냈다는 것은 북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위와같은 태 전 공사의 인터뷰는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정금같은 지침서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언론에서 떠드는 '평화'에만 빠져 있었던 게 아닌지 다시 생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는 게 여러 사실로 입증됐다.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북한은 핵 시설을 증강하며 SLMB(대륙간탄도미사일)를 장착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변함없는 태도에 대해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들은 태 전 공사의 경고를 듣지 않고 좋아보이는 평화에만 빠져있었다. 그 결과 얻은 건 없고 오히려 북한이 군사력을 키우는 데 시간만 벌어줬다.
아직까지 대한민국 사람들은 죽을만큼 미워하는 일본인보다 더 많이 대한민국 사람을 죽인 북한을, 잔인성도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미개했던 북한을 아직까지 '동포'라고 부르고 있다.
속이는 것, 뒤통수 친 것을 횟 수로 따지자면 벌써 학습이 됐어야 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붕어처럼 잊으며 당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이러한 경고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수를 반복해 수정할 시간도 많지 않을 것이다. 부디 이번에는 듣고 기억하는 이가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