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7조5000억원 규모의 수상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최규성 농어촌공사 사장의 아들과 측근들이 Y태양광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선일보를 통해 밝혀졌다. 그런데 같은날 7시 21분(국민들이 뉴스를 가장 많이 접하는 시간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조선일보 손녀, 방정오 등 갑질 논란 이슈로 위 같은 사실이 덮이고 있다.
쉽게 말해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로 자기 거래(자기 사업)를 하고 있는 자보다 재벌 갑질이 국민들의 관심을 더 끄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둘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겠지만 국고에 기생충이 사는 것과 한 집안에 가정교육이 잘못된 것 중 무엇이 더 본인에게 피해를 입힐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더군다나 조선일보 손녀 사건은 예전에 있었던 일인데 왜 하필 오늘 터졌을까?
우선 '최규성 사건'을 보자. 21일 관련 업체들에 따르면, Y사는 지난 2016년 5월 10일 전력·통신 기기류 판매와 전기·건설 공사 수주 대행업, 건설 시행업 등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초기 발행 주식은 1만주고,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다. 당시 Y사 이름은 B주식회사였고, 등기 목적엔 '태양광 발전 사업'은 없었다. 최 사장은 B사의 사내 이사이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최 사장은 지난해 10월 19일 돌연 B사의 대표, 사내 이사에서 사임했다. 당시 지역에선 그가 농어촌공사 사장 자리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농어촌공사 전임 사장이던 정승씨가 취임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 임명된 인물이라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던 때였다.
조선일보가 21일 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최 사장이 사임하던 날 아들 최모(38)씨가 사내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법인명은 B사에서 Y사로 바꿨다. Y사 이름은 최규성 사장의 고향인 김제시 명덕동 Y마을에서 딴 것이다. Y사의 새로운 대표이사엔 최 사장의 측근 정모(69)씨가, 사내 이사엔 아들 최씨 외에도 윤모(40)씨가 등재됐다. 윤씨는 최규성 사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를 지냈다. 한 사내 이사는 최규성 사장 아내 이경숙(65·전 국회의원)씨의 의원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다. 사내 이사 5명 대부분이 최 사장 측근인 것이다. 최 사장의 한 측근은 "최 사장이 2016년 4월 총선에서 떨어지고 노후 대비 차원에서 B회사를 설립했다"고 했다.
최 사장 측근들로 진용을 갖춘 Y사는 지난해 10월 23일 기존 사업에 태양광 발전업, 전기 발전업, 전기 판매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두 달 뒤엔 발행 주식을 6만주로 키우고 자본금도 3억원으로 늘리며 덩치를 키웠다. 한 회계사는 "가족과 측근들이 이사를 맡고 있는 전형적 가족 경영 형태로, 전문성을 지닌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등기부에 나와 있는 내용을 분석해 보면 유상증자를 통해 태양광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Y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4개월 만인 지난 2월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최 사장은 문재인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농어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년여 공백기를 거쳐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임명되자 지역에선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최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대규모 수상 태양광 사업에 속도를 냈다. 2022년까지 수상 태양광에 5조3000억여원, 육상 태양광에 2조1000억여원 등 총 7조4861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태양광 발전소를 941곳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에너지 개발부'가 담당하던 재생에너지 사업을 '신재생에너지 사업본부'로 승격하는 등 전담 부서를 하나에서 여섯으로 대폭 늘렸다.
최 사장은 저수지 전체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침도 바꿨다. 만수위 면적 10% 이내에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었는데 이를 없애버린 것이다. 수상 태양광은 산림 훼손으로 인한 환경오염 없이 손쉽게 대규모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각 지역 본부와 지사의 경영 평가 항목에 '태양광 발전소를 확대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내용까지 집어넣으며 사업을 독려했다. 이후 농어촌공사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저수지에 전기 발전 사업을 하겠다며 무더기 허가 신청을 냈다. 전국 대형 저수지 3400여 곳 중 올해(지난 10월 말 기준)만 709곳(1743㎿)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5년간 사업량의 8배에 달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실제 설치 허가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최 사장은 최근엔 뇌물을 받고 도주해 8년간 도피 생활을 했던 친형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을 도와준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사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해 그의 휴대폰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최 사장을 정조준하면서 그의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드인사로 임명한 최규성 사장은 국민 혈세 7조 5000억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것도 못자라, 뇌물을 받고 도피 생활 중이었던 형 최규호를 도와준 대한민국 역사상 보기드문 엽기적인 정치인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재벌 갑질'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본인들 호주머니에서 돈 없어지는 건 모르고, 재벌들이 몰락하는 걸 지켜봄으로써 대리만족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우매한 대중처럼 느껴진다.
이런 경우를 너무 많이 겪다보니 이 시점에서 최규호를 임명한 문재인을 파헤쳐야 하나, 뜬금없이 터진 방사장과 손녀를 파헤쳐야하나, 위 사건을 이슈화시키는 일부 무리들에게 선동당해 진짜 봐야 할 사건을 못 보고 있는 국민들의 뇌구조를 파헤쳐야 하나 헛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