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5 총선에 새롭게 적용될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정당 의석수와 당선자가 누가될지 알기 힘들어 "국민이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맞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명 4+1(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 + 더불어민주당)이 상정한 선거법은 30석에 한해 연동형 비례대표를 적용하고, 연동률 50%라는 생소한 개념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당 득표율만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누가 차지할지 알기 힘든 셈법이다. 지역구 당선자와 일반 비례대표 당선자가 다 결정되고 나서야 연동형 비례대표가 배분된다. 개표 완료 전까지는 누가 최종 당선자이고, 어느 당이 몇 석을 얻었는지 알기 어려운 것이다.


● 심상정 "국민은 알 필요 없다" ●

이에 대해 지난 3월 17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들은 산식(算式)이 필요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선거제를 몇몇 정치인끼리 결정하는 것이 옳으냐"고 지적했다.


● 기자도 이해 못시키면서 국민을 설득시키겠다? ●

심 대표는 이날 이 가운데 비례대표 의석수를 '권역별'로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각 당은 득표 비중을 연동식으로 각 권역에 (특정 조건이 담긴) 산식을 적용해 의석을 배분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예시를 들어달라'고 하자, 심 위원장은 "산식이 굉장히 복잡하다"며 "정해지면 나중에 컴퓨터로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심 대표가 브리핑장을 나갈 때 한 기자가 따라가 '산식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자 심 위원장은 "산식은 여러분들이 이해 못해요. 산식은 수학자가 손을 봐야 하기 때문에..."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의원님, 우리(기자들)가 이해를 못하면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고 했다. 이에 심 위원장은 "아니, 국민들은 산식이 필요 없어요. 예를 들어서 컴퓨터(자판)를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그 안에 컴퓨터 부품이 어떻게 되고 이런 것은 알 필요가 없지 않으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국민들도 이해하기 힘든 선거제 개편을 4당의 일부 의원들끼리 모여서 합의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합의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본인들도 이해못하면서... 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강행 하겠다는 4+1 협의체... ●

이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거제 개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평화당 정개특위 간사인 천정배 의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이후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설명을 듣고 천 의원에게 '지금 이 설명을 이해하는 천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동료 의원들이) 다 웃더라"며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하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13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4+1 협의체')은 자유한국당 등을 배제하고 만든 선거법 개정안을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강행 처리하려 했지만, 내부 밥그릇 싸움으로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상정이 불발됐다.

선거 제도를 밀실(密室)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범여 정당들이 서로 자기들 이익을 챙기려고 다투다 자중지란에 빠진 것이다.


● 원래 계획은 4+1 힘 합쳐서 졸속 법안 통과 시키려... ●

민주당과 에서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이날 본회의에 상정해 일방 처리하려 했다.

범여권은 지난 4월 30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225석과 75석으로 하고 연동형 비례를 50%로 두는 선거법 개정안을 한국당 저지에도 불구하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고, 8월 29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를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국회법에 따라 이 선거법 개정안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대상이 된다.


● 어느새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 정의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

그러나 이날 '4+1 협의체' 내부에서 각 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으로 바꾸려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민주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50+50석'으로 바꾸고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례대표 30석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를 크게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의당 등 다른 범여 정당들은 "비례대표 50석 전체에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비례대표 50석을 어떻게 나눠 갖느냐를 놓고 사실상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들어간 것이다. 이로 인해 이날 선거법 등 상정·처리를 위해 소집됐던 본회의는 16일 이후로 연기됐다.

이같은 자중지란을 놓고 야권 관계자는 "'4+1 협의체'가 주도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범여 정당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면서 '야바위·누더기'가 돼 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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