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메머드급(태평양, 공감, 케이씨엘, 디엘에스, 화목 등 5개 로펌의 변호사 10명) 항소심 변호인단을 꾸렸다. 특히 태평양은 항소심 이후 새로 선임됐다.


"법원에 대한 변호인단의 의견을 통일해달라."


지난 25일 서울고법 311호 법정 거대한 변호인단을 꾸린 김 지사측에 서울고법 형사2부 차문호 부장판사가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변호인단이 각자 다른 로펌 소속이라 증인 신문에 관한 주장이 다르다"며 "특검 측에서도 대응하는 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김경수 변호인단 '중구난방?' ●

로펌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온 이유는 김 지사 측의 핵심 입증 증거인 ‘로그 기록’ 때문이다. 김 지사는 항소심에서 물적 증거인 로그 기록을 분석해 김 지사가 드루킹 시연을 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고 있다. 이날 법무법인 공감은 "로그 기록을 전부 조사한 후 증인신문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며 "증인신문을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통상 재판에서는 증인신문 뒤에 서증조사를 진행한다.

그러자 재판부는 "한 분(변호사)은 ‘로그기록 분석 후 증인 신문을 하자’고 하고, 다른 한 분은 ‘먼저 하자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한다. 증인도 신청한 게 다르다"며 "로펌 간 소송전략이 다를 수 있지만 법원과 검찰에 대해 변호인단의 의견을 통일해주셔야 우리가 논의를 일관되게 끌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무법인 공감 측은 재판 15분 전에 재판부에 증인 4명을 추가로 신청했다. 증인 4명 중 3명은 ‘성명불상자’였다.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 윤모씨 외에 ‘오늘의 유머' 사이트 사과문과 관련해 작성 경위를 같이 상의했던 SNS 팀원 중 한 명, 재벌개혁 보고와 관련해 설명할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에 참여한 인사 한 명, 인사 추천 관련자 중 한 명 등이었다. 공감 측 변호인은 "죄송스럽게도 관련자 이름은 명확히 특정하지 못했습니다만 다음 기일까지는 특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갑자기 증인이 추가된 탓에 재판부와 검찰 측의 자료 검토를 위해 재판이 한때 휴정되기도 했다.


특검, "김경수 변호인단 '소송 지연책'을 쓰고 있다." ●

검찰은 "당초 증인을 결정하기로 한 2회 공판기일부터 2주가 지났는데, 확정하지 않고 공판기일 조금 전에 서류를 제출해 추가로 증인신문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소송 지연책"이라고 비판했다.

재판장은 "증인 신청 여부를 봤기 때문에 보석도 편안한 마음으로 결정했다"며 "그런데 기일이 진행되면서 계속 새로운 증거를 신청하는 것은 우리가 원래 정했던, 합의했던 원칙과 반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특검이 적절히 지적했 듯, 재판부가 이미 선언했 듯 정해진 기일 내에 신청하지 않은 증거는 원칙적으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신청한 추가 증인 4명은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 소통 無 김경수 거대 변호인단? "산으로 가는중" ●

같은 사건을 변론하고 있는 로펌들이 재판에서 각각 다른 주장을 하면서 변호인단 내에서도 소통이 잘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동대리인인 로펌이 법정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매우 이례적이고 이상하다"며 "로펌들이 의뢰인과 함께 사전에 변론 작전을 어떻게 짜야할 지를 비롯해 증인신문 방법이나 순서까지 다 합의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로펌 간 의사소통이 안 되나본데, 어느 한 로펌이 피고인(김 지사)과 소통이 안 되는 경우일 수 있을 것 같다"며 "김 지사가 도정 등으로 바빠 직접 재판을 다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호사들 사이에서 중간 정리를 하는 사람도 없으니 의견통일이 안 되고, 각자 자기 생각대로 진행하다 보니 재판이 산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변호인단은 "전체적으로 변론 준비는 같이 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업무분담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 가운데 한 명인 법무법인 공감의 이옥형 변호사는 "(로펌 별로) 생각이 다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이 여럿이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여러 관점에서 문제제기를 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꼭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 직전 추가 증인 신청과 관련해서는 "태평양과 공감이 서로 증인 신청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합의해서 신청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8일, '드루킹' 김동원(50)씨 일당에게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52) 경남지사가 법원에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보석을 청구한 것을 두고, '증거인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댓글 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에 보석을 청구하면서 "현직 도지사로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 앞서 재판부는 김경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 ●

지난 1월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댓글 조작을 시킨 혐의(업무방해)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댓글 조작 등 선거 지원을 대가로 드루킹 측에 고위 외교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알았다고 인정된다"며 "온라인 공간의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고 했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작년 6월 지방선거까지 계속해주면 드루킹의 측근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에 앉혀주겠다고 한 혐의도 사실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공직 제안을 통해 드루킹의 댓글 조작 범행을 계속 유지하고 강화하도록 하는 등 범행 전반에 지배적으로 관여했다"고 했다. 


● 일각에서 김경수 법정 구속했던 성창호 판사는 보복당하고 있다는 의혹 일어... ●

한편 김 지사를 1심에서 법정구속했던 성창호(47·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지난 5일 갑자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를 근거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성 부장판사를 재판에서 배제시키기로 결정했다.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영장전담으로 있을 때 법조계 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된 검찰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내용을 복사해 10여차례에 걸쳐 당시 형사수석부장이던 신광렬 부장판사에게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김경수·드루킹게이트 진상규명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주광덕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 부장판사를 기소한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에 대한 ‘보복 기소’"라고 했다.

주 의원은 "김 지사에 대해 1심 (유죄) 판결을 선고한 성 부장판사를 기소해 판결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흔들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편은 피의자, 문재인 편은 피해자? ●

주 의원은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됐으나 ‘피해자’라며 기소되지 않은 이동원 대법관과 성 부장판사의 사례를 비교 제시하며, "지시를 받은 법관 입장에서는 똑같이 부당한 지시인데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는 피해자가 되고 누구는 피의자로 기소됐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이동원 대법관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받아 배석판사들을 상대로 ‘각하’가 아니라 본안 심리를 거쳐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설득했다.

합의에 실패하자,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한 뒤 각하가 아닌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주 의원은 "이 대법관은 직권남용이라는 비위를 저질렀다"며 "그런데도 현 정부 들어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임명된 이 대법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또 "성 부장판사도 상관에게 자발적으로 수사사항을 보고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 지시를 받고 한 것"이라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한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이 기소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는데 성 부장판사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주 의원은 "(김 지사) 항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을 뒤집으려는 여권의 온갖 시도에 검찰이 앞장서고 있다"며 "이 기소 결정은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5일,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를 포함시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성 부장판사가 김경수를 유죄 선고한 것에 대한 보복 기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김경수·드루킹게이트 진상규명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주광덕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 부장판사를 기소한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에 대한 ‘보복 기소’"라고 했다.

주 의원은 "김 지사에 대해 1심 (유죄) 판결을 선고한 성 부장판사를 기소해 판결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흔들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는 피의자, 누구는 피해자? ●

주 의원은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됐으나 ‘피해자’라며 기소되지 않은 이동원 대법관과 성 부장판사의 사례를 비교 제시하며, "지시를 받은 법관 입장에서는 똑같이 부당한 지시인데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는 피해자가 되고 누구는 피의자로 기소됐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이동원 대법관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받아 배석판사들을 상대로 ‘각하’가 아니라 본안 심리를 거쳐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설득했다.

합의에 실패하자,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한 뒤 각하가 아닌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주 의원은 "이 대법관은 직권남용이라는 비위를 저질렀다"며 "그런데도 현 정부 들어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임명된 이 대법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부터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사항을 수집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성 부장판사는 10회에 걸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주 의원은 그러나 "성 부장판사도 상관에게 자발적으로 수사사항을 보고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 지시를 받고 한 것"이라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한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이 기소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는데 성 부장판사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주 의원은 "(김 지사) 항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을 뒤집으려는 여권의 온갖 시도에 검찰이 앞장서고 있다"며 "이 기소 결정은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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