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환경장관 회담에서 리간제(李干杰) 중국 생태환경부 부장(장관)이 중국발(發) 미세 먼지 문제에 대한 한국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중국 책임을 부정하는 취지로 조 장관을 윽박지르듯 말했지만 조 장관은 별다른 항의나 반박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 중국 장관급 인사가 한국 환경부 장관 면전에 대고 '지적질'... 그러나 대꾸 한마디 못해 ●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리 부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조 장관에게 "중국발 미세 먼지를 과대하게 보도하는 한국의 언론 보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당시 배석했던 복수의 관계자는 "리 부장이 조 장관에게 '(중국발 미세 먼지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보도될 필요가 있다'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 미세 먼지가 중국 탓이라고 나오는데 그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조 장관은 리 부장에게 "미세 먼지 문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이므로 양측 과학자들이 협력하자"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중국 정부가 자기들 책임은 부정하면서 '한국 언론의 미세 먼지 보도 행태'만 부당하게 비판했는데, 그에 대해 반박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다. 김 의원은 "미세 먼지 주무 장관이라면 중국 측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바로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며 대응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회담 직후 회담자료 비공개한 환경부... 뭘 숨기고 싶었나? ●

회담이 끝난 이후 환경부는 리 부장의 이 같은 불만은 공개하지 않은 채 "'중국이 한국의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부인한 적은 없다'는 리 부장의 발언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조 장관은 이를 근거로 "생태환경부가 중국발 미세 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인(是認)했다"고 주장해 왔다.

외교가에서는 중국 생태환경부장이 우리 언론에 책임을 돌린 데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저자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1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중국에 미세 먼지 책임을 묻기보다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조 장관도 지난 7일 중국 측이 미세 먼지 책임론을 부인하자 "중국 외교부 측에서만 언급한 것이지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생태환경부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 전국 미세 먼지 업무 담당자 255명 중 52.9% 미세 먼지 해결 대책 1순위 '인접 국가(중국 등)에 대한 적극적 대응' ●

하지만 중국 생태환경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의 오염물질은 자체적으로 배출된 것이다. (한국은)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영향을 준다고 맹목적으로 탓하다가는 미세 먼지 줄일 기회를 놓친다"며 책임을 계속 부정해 왔다. 외교 채널을 통해서도 "과학적 근거를 대라"며 우리 정부에 역공을 취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미세 먼지를 중국 탓으로 비판하는 한국 여론이 도를 넘었다"면서 "한국 여론의 특징은 충동적이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민족주의 색채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인은 베이징 스모그를 비닐봉지로 싸서 서울 상공에 뿌렸다고 생각하느냐"고도 주장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처음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세 먼지 원인을 따져 물었다면 중국이 지금처럼 거리낌 없이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이 '조공적 질서'로 우리를 대하면 목소리를 높여 국제 여론에 호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행정학회가 진행한 '미세 먼지 대응 관리 체계 효율화 방안 연구'에서 전국 243개 지방정부 미세 먼지 업무 담당자 255명 가운데 52.9%가 미세 먼지 해결을 위한 대책 1순위로 '인접 국가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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