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드루킹' 김동원(50)씨 일당에게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52) 경남지사가 법원에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보석을 청구한 것을 두고, '증거인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댓글 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에 보석을 청구하면서 "현직 도지사로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 앞서 재판부는 김경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 ●

지난 1월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댓글 조작을 시킨 혐의(업무방해)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댓글 조작 등 선거 지원을 대가로 드루킹 측에 고위 외교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을 알았다고 인정된다"며 "온라인 공간의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고 했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작년 6월 지방선거까지 계속해주면 드루킹의 측근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에 앉혀주겠다고 한 혐의도 사실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공직 제안을 통해 드루킹의 댓글 조작 범행을 계속 유지하고 강화하도록 하는 등 범행 전반에 지배적으로 관여했다"고 했다. 


● 일각에서 김경수 법정 구속했던 성창호 판사는 보복당하고 있다는 의혹 일어... ●

한편 김 지사를 1심에서 법정구속했던 성창호(47·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지난 5일 갑자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를 근거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성 부장판사를 재판에서 배제시키기로 결정했다.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영장전담으로 있을 때 법조계 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된 검찰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내용을 복사해 10여차례에 걸쳐 당시 형사수석부장이던 신광렬 부장판사에게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김경수·드루킹게이트 진상규명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주광덕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 부장판사를 기소한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에 대한 ‘보복 기소’"라고 했다.

주 의원은 "김 지사에 대해 1심 (유죄) 판결을 선고한 성 부장판사를 기소해 판결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흔들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편은 피의자, 문재인 편은 피해자? ●

주 의원은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됐으나 ‘피해자’라며 기소되지 않은 이동원 대법관과 성 부장판사의 사례를 비교 제시하며, "지시를 받은 법관 입장에서는 똑같이 부당한 지시인데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는 피해자가 되고 누구는 피의자로 기소됐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이동원 대법관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받아 배석판사들을 상대로 ‘각하’가 아니라 본안 심리를 거쳐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설득했다.

합의에 실패하자,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한 뒤 각하가 아닌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주 의원은 "이 대법관은 직권남용이라는 비위를 저질렀다"며 "그런데도 현 정부 들어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임명된 이 대법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또 "성 부장판사도 상관에게 자발적으로 수사사항을 보고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 지시를 받고 한 것"이라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한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이 기소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는데 성 부장판사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주 의원은 "(김 지사) 항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을 뒤집으려는 여권의 온갖 시도에 검찰이 앞장서고 있다"며 "이 기소 결정은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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