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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북한에 해상 유류 공급이 중단된지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북한 유조선으로 보이는 선박 2~3척이 매주 북한 남포 일대 관련 항구를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VOA(미국의소리)는 전했다.
● 벌써 끊겼어야 하는데... 북한의 유조선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지목한 해상 유류 하역시설에도 대형 유조선들이 정박했다 사라지는 모습이 관측됐다.
앞서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남포의 지상 유류 탱크가 있는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약 150~200m 떨어진 지점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해당 사진은 수중 파이프로 연결된 해상 유류 하역시설(offloading buoys)이 어떻게 선박에서 남포 항구 단지로 유류를 운반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11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약 70m 길이의 유조선이 해상 유류 하역시설이 자리한 곳에 정박해 있다. 그러나 불과 사흘 전인 8일까지만 해도 비어 있던 곳이다.
이보다 앞선 5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90m의 대형 붉은색 유조선이 포착됐다. 마찬가지로 하루 전인 4일만 해도 선박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결국 4일부터 11일, 일주일 동안 대형 유조선 2척이 드나든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9월에도 포착됐다. 흐린 날씨 때문에 9월의 모든 날을 살펴볼 순 없었지만, 9월8일과 16일 각기 다른 대형 유조선 2척이 위성사진에 잡혔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에 반입될 수 있는 정제유의 양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북한이 매년 연간 상한선을 크게 넘어서는 유류를 반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올해 7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1월부터 4월까지 북한 유조선이 70차례 남포와 청진 등 북한 항구에 직접 입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박이 실을 수 있는 유류의 양을 33%와 50%, 90%로 가정해 최소 40만 배럴에서 최대 100만 배럴의 정제유가 북한에 반입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위성사진에 포착된 북한 유조선만 최소 9척..."선박 대 선박 간 환적 불법 야기시켜"... ●북한의 유조선들이 입출항을 하는 모습은 남포 내 다른 항구에서도 포착됐다. 해상 원유 하역시설에서 서쪽으로 약 600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항구의 중앙 접안시설은 5일 비어 있는 모습이었지만, 8일과 11일엔 60m 길이의 선박이 정박해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달 13일과 16일, 23일 각기 다른 유조선이 목격됐다. 종합해 보면 지난 9월 초부터 10월 초 사이 남포의 유류 탱크 인근 해상 유류 하역시설과 일반 접안시설에는 위성사진에 포착된 유조선만 최소 9척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북한을 드나드는 유조선이 실을 수 있는 유류의 양이 1천 배럴에서 3천 배럴 사이인 점으로 볼 때, 지난 한 달간 남포 항에서만 최대 2만7천 배럴의 정제유가 추가 유입된 것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해상 전문가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선박을 이용한 북한의 불법 정제유 수입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 경제를 운영하기 위한 연료를 얻는 주요한 수단이며, 특히 선박 대 선박 간 환적은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한 현행 제재를 피하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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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몰수한 '불법 북한 선박', 알고보니 '대한민국 소유' ●앞서 VOA가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정보 시스템과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등을 확인한 결과,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2015년까지 대한민국 깃발을 달았던 대한민국 소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애니(Eny)’ 호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화물선으로, 한국의 산업은행(KDB) 캐피탈과 명산해운이 소유하던 선박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 자료에도 이 선박이 한국 선박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때는 또 다른 한국업체인 J쉬핑이 소유주로 표기됐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선박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인 산업은행 캐피탈과 해운 업체인 명산해운이 공동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실질적인 운영을 명산해운이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J쉬핑은 선원 운영이나 기술부문 지원 등을 하는 회사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한민국 선박이 북한으로 곧바로 넘어갔다? 어떤 용도로 사용하려고... ●문제는 대한민국 선박이었던 애니 호가 다른 나라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북한으로 넘어갔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제해사기구 등에 따르면 2015년 초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애니 호는 소유주가 바뀐 직후 곧바로 캄보디아 깃발을 달았다.
이는 캄보디아 회사에 팔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북한 회사로 곧바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애니 호가 매각된 직후 바꾼 이름은 ‘송이(Song I)’ 호였는데, ‘송이’라는 이름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소유했던 평양 소재 북한 회사 ‘송이 무역회사’와 이름이 동일하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북한 선박들은 일반적으로 평양에 있는 선박의 운영회사와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 송이 호는 2015년 8월, 선박의 이름을 지금의 와이즈 어네스트 호로 변경하면서 선적을 시에라리온으로 바꿨다. 이어 탄자니아로 선적을 한 차례 더 변경한 뒤 2016년 11월 북한 깃발을 달았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선적을 자주 바꾼 2016년은 시에라리온과 탄자니아 등 편의치적, 즉 다른 나라에서 운영되던 선박의 자국 등록을 허용하던 나라들이 북한 선박들의 등록을 취소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북한 깃발을 달게 된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2018년 3월 북한 남포항에서 유엔이 금지한 북한 석탄을 실은 대북제재 위반 선박이 돼 나타난 것이다. 이어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최근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돼 강제 매각 처리됐다.
한 때 대한민국 깃발을 달거나 한국 해운업체가 소유한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달고 나타난 사례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 외에도 더 있다. 현재 미 재무부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유조선 백마 호는 2016년까지 파나마 선적의 ‘로얄 미라클’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는데, 실제 소유와 운영은 2011년부터 한국 업체가 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신쉬핑이라는 대한민국 업체가 운영했던 ‘한국 호’는 현재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북한의 ‘금빛 1호’가 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성하이 혹은 탤런트 에이스 호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에 석탄을 밀반입했다가 억류된 선박도 2008년부터 2017년까진 대한민국의 ‘동친해운’이 소유했던 ‘동친 상하이’였다.
이처럼 VOA가 확인한 결과 보천 호와 동산 2호 등 북한 선박 여러 척이 최근까지 한국 깃발을 달았지만, 이후 대북제재 위반 선박으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시점과 한국 업체들이 북한에 알고 매각했는지에 따라서 유엔안보리 위반 여부 결정날 듯... ●이들 선박들은 대한민국에서 매각된 직후 편의치적으로 잘 알려진 나라의 깃발을 달았다가 이후 북한 선적을 취득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해상 전문가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최초 한국에서 북한으로 매각됐다고 해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닐 수 있다고 해석했다.
와츠 전 위원은 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 결의 채택 시점은 2016년으로 선박의 매각 이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5년 당시 유엔 안보리가 제재 중이었던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OMM)나 그 외 다른 제재 개인 혹은 기관과 이 선박이 연계돼 있다면, 이는 제재 위반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과는 별개로 한국과 미국 등 각국의 독자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0년 5.24 조치 등을 통해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금지했고, 미국도 선박 등을 거래할 때 미리 재무부와 상무부 등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제재 전문가는 대한민국의 업체들이 당시 이 선박이 북한으로 팔려갔는지 여부를 알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VOA는 산업은행 캐피탈과 명산해운 등에 문의를 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선박이 북한에 판매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이 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내 국가에 선적을 두고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선박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중국 다롄이나 칭다오 등지에 차려진 위장회사를 통해 선박을 구매하고 관리한다면 외부에선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