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문재인 정부가 통계청장을 입맛대로 교체한 것을 두고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유진룡 문화부 차관 경질 사례가 회자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유 차관에게 아리랑 TV 사장 선임을 청탁했으나, 유 차관은 “너무 급이 안 되는 사람이다”며 거절했다.

이후 양정철 당시 노무현 정부 홍보기획비서관이 나서 재차 부탁했지만 유 차관은 “차라리 나를 자르라”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결국 유 차관은 6개월 만에 경질됐는데, 이 과정에서 당시 유 차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노무현 정부) 인사가 전화를 걸어와 ‘배를 째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드리지요!’라고 협박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마치 조폭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 폭로였다.

이는 14개월만에 문재인 정부가 경질시킨 황수경 전 청장의 사례와 매우 비슷하다.

지난 27일 유 청장은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임식 후엔 언론사 기자에게 “제가 그렇게 윗선의(문재인 정부)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라고도 했다. ‘중립적으로 일했는데 입맛에 안 맞는다고 내쳤다’는 항명성 발언이었다. 

이릍 두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8일 “아예 정보를 대놓고 조작하거나 전부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왜곡된 정보로 정부 스스로 위로할 수는 있지만, 현상을 이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26일, 청와대는 황수경(7월 임명, 13개월 근무) 통계청장을 면직하고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을 후임 청장으로 임명하는 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강신욱 신임 청장은 소득주도성장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럽게 황 청장을 경질한 배경에는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련의 논란·혼선이 인사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은 올해 들어 분기별 소득조사의 표본을 5천500가구에서 8천 가구로 확대했는데 소득 분배 지표가 급격히 악화한 것과 맞물려 표본 설계의 적절성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쉽게말해 문재인 정부의 입맛대로 표본 선정이 되지 않은 것이다.

올해 1분기 조사에서 전국 가구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이 5.95배를 기록하면서 2003년 조사 시작 후 소득 분배 불평등이 가장 커진 것으로 나왔다.

통계청이 올해 조사 표본을 대폭 확대하는 과정에서 소득이 낮은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으며, 이로 인해 저소득층 소득이 실제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고 분배지표도 악화했다는 분석이 여권쪽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은 표본 확대 과정에서 "2017년에 비해 고령층 가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효표본 중 새로 표본이 된 가구의 비중(가중치 적용 시)이 1분기에는 48.6%, 2분기에는 57.5%에 달하는 등 표본의 질적 구성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은 이런 점을 고려해 작년 조사 결과와 올해 조사 결과를 비교할 때 각별하게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2분기 연속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고 분배지표가 심각하게 악화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라 표본을 급격하게 확대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앞서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한 직후 통계청 측의 대응과 청와대의 추가 분석 결과 발표 과정에서도 혼란이 있었다.

1분위(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급감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회복(증가)했고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고 청와대 측은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가계동향조사를 담당한 통계청 과장(이후 보직 교체)은 원시자료(마이크로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해 청와대 발표의 근거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논란이 커지자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다음 날 마이크로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그렇지만 사실 청와대가 원하는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크다.

통계청은 애초에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기별로 공표하는 가계소득 통계를 2017년까지만 작성하기로 했으나, 황 청장 취임 후 정치권 및 학계 등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올해도 계속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통계청이 연 1회 실시하는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한 소득통계에서 파악된 가계소득과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한 소득통계 수치의 차이가 커서 정합성 논란이 있었다.

이 때문에 분기별 가계소득 통계를 폐지하기로 전임자 시절 결정했으나 황 청장 취임 후 이를 재선택 했다. 이를두고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소득 통계 지표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섯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청와대 측이 통계청장 경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통계청이 정책 수립에 필요한 지표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발탁 인사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청장 교체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임 강 청장은 현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공감대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 긍정적인 인사를 신임 통계청장 자리에 임명한 것이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며 정부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책을 가속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제는 통계청장도 청와대가 원하는 통계 지표가 안나오면 경질되는 요상한 시대다. 소득주도성장에 걸림돌이 되면 일단 교체하고 보는 문 정부의 행태가 도를 넘어섯다. 이제 본인들 입맛대로 통계 지표가 나올까?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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