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러시아 군용기 한국 영공 논란과 관련해 트위터에 "러시아가 ‘기술적 실수’로 발생한 23일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깊은 유감을 표했다’는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발표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러시아 항공우주군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사실은 확인되 않았다"며 "러시아는 규정에 따라 사건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후 공식 입장을 한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드미트리 반니코프 주한 러시아대사관 공보관도 이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측에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윤 수석의 발언을 인용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주목했다"며 "러시아 입장에서 볼때 사실과 다른 것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3일 중국 폭격기와 합동비행을 하면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고 조기경보통제기로 독도 영공을 2차례나 침범했다. 이에 우리 공군은 F-15K와 KF-16 등 공군 전투기 18대를 긴급 출격 시켜 20발의 플레어(섬광탄) 투하와 360발의 경고 사격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24일 오전 "러시아 측이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날 오후 러시아 국방부는 타스통신을 통해 한국 영공 침범 사실을 부인하고, 오히려 우리 조종사들이 러시아 군용기의 비행 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반나절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양측은 이날(25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장급 실무협의를 열 예정이다.


23일 오전, 독도 주변 상공에서 한·중·일·러 4개국 군용기 30여대가 3시간 동안 뒤엉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안보 관계 장관회의 등을 열지 않았다.


● 4개국이 대한민국 영공에 동시에 집결한 건 최초 ●

이날처럼 4개국 군용기가 이처럼 한곳에 동시에 집결한 것은 처음이다. 향후 동해에서 남·북·중·일·러 간에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치 상황은 중국 H-6 전략폭격기와 러시아의 TU-95 전략폭격기, A-50 조기경보통제기 등 중·러 군용기 5대가 23일 오전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의 독도 영공 침범에 맞서 우리 군은 F-15K와 KF-16 등 공군 전투기 18대를 긴급 출격시켜 20발의 플레어(섬광탄) 투하와 360발의 경고 사격을 했다.


● 일본 영공도 침범한 중국 ●

KADIZ를 침범한 중국 군용기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넘어가자 일본도 F-15J, F2 등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군 소식통은 "일본이 전투기 10여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스텔스 전투기 F-35 등은 보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일본도 중·러 군용기에 경고 신호를 보내며 JADIZ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러 군용기는 수시로 KADIZ와 JADIZ를 들락날락하며 7시간 가까이 의도적인 도발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러의 전투기와 전략 폭격기 등이 실전을 연상시킬 만큼 치열한 근접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외교·군사 전문가들은 "수십대 군용기가 뒤엉키고 실탄까지 발사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며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4분쯤 이어도 북서방에서 KADIZ에 진입한 중국 H-6 폭격기 2대는 JADIZ를 오가며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빠져나갔다. 곧이어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와 합류해 울릉도 북방 약 140㎞ 근방까지 왔다. 이와는 별도로 독도로 접근해 온 러시아 A-50은 오전 9시 9분, 9시 33분 두 번에 걸쳐 독도 영공을 7분간 침범했다.


● 대한민국 영공이 침범 당했지만..  러시아 입장 알아서 배려해주는 문재인 정부 ●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오전부터 일어난 중·러의 도발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안보 관계 장관회의 등을 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사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가 NSC 상임위 등을 별도로 열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독도 영공이 침범당하고 영유권 논란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직무유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긴박한 상황에서 실시간 대응을 하기 위해 (NSC 상임위를 열지 않고) 정 실장과 김유근 안보실 1차장이 청와대 내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영공 침범과 관련한 상황 관리를 했다"며 "사후 상황 파악 및 평가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사 초치 외에 어떤 외교적·군사적 조치를 했는지,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추경 처리 필요성과 일본 수출 규제 대응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오찬 간담회는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중·러 군용기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 사태 이후 열렸으며, 이날 문 대통령의 유일한 공개 일정이었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추궈훙 중국 대사를 초치해 중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한 데 대해 항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윤 차관보는 이어 오후 3시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불러 항의와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정부는 주한 러시아 대사가 휴가 중이라 대사대리를 대신 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정부는 러시아·중국 국방 무관(武官)들도 초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 측의 영공 침범 배경은 무엇이라고 분석하느냐'는 질문에 "러시아에서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한 것인지, 조종사의 실수인지 등에 대해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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