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안 단일안을 잠정 합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 참여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기자들을 상대로 단일안의 비례대표 의원 선출 방법을 설명하면서 "국민들은 산식(算式)이 필요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한국당은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선거제를 몇몇 정치인끼리 결정하는 것이 옳으냐"고 지적했다.


● 어려운 계산법이니, 국민들 이해 할 필요 없어 ●

18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을 비판하면서 전날 심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했다는 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 원내대표는 "한 기자가 '(비례대표 의석을) 어떻게 나누겠다는 거냐'고 물어보니, (심 위원장이)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더라. 그런 제도를 왜 만들겠나"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같은 심 위원장의 말에 대해 "오늘 아침 기자로부터 (전해)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심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치개혁의 큰 호박을 굴리려고 해야지 말꼬리나 잡는 좁쌀정치 해서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심 위원장의 발언은 전날 밤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에 합의한 뒤에 이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17일 밤 9시45분쯤 심 위원장과 국회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김종민, 바른미래당 김성식, 민주평화당 천정배 간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7시간 이상 진행된 선거제 개편 논의를 마치고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심 위원장은 야당들이 주장해온 '연동형 비례대표'와 민주당이 앞세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4당 합의안에 대해서 설명했다. 즉,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기반해 의석을 배정하되,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권역별 득표율'도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반영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비례대표 의석수를 계산하는 과정에서는 지역구 당선 의석은 제외하고, 남은 의석에 대해서 정당 득표율의 절반(연동률 50%)만 인정해서 나누겠다고 설명했다. 

심 위원장은 이 가운데 비례대표 의석수를 '권역별'로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각 당은 득표 비중을 연동식으로 각 권역에 (특정 조건이 담긴) 산식을 적용해 의석을 배분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예시를 들어달라'고 하자, 심 위원장은 "산식이 굉장히 복잡하다"며 "정해지면 나중에 컴퓨터로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 기자도 이해 못시키면서 국민을 설득시키겠다? ●

이어 심 위원장이 브리핑장을 나갈 때 한 기자가 따라가 '산식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자 심 위원장은 "산식은 여러분들이 이해 못해요. 산식은 수학자가 손을 봐야 하기 때문에"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의원님, 우리(기자들)가 이해를 못하면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고 했다. 이에 심 위원장은 "아니, 국민들은 산식이 필요 없어요. 예를 들어서 컴퓨터(자판)를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그 안에 컴퓨터 부품이 어떻게 되고 이런 것은 알 필요가 없지 않으냐"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국민들도 이해하기 힘든 선거제 개편을 4당의 일부 의원들끼리 모여서 합의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합의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몰라도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 본인들도 이해못하면서... 개편을 강행 하겠다는 의원들... ●

이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거제 개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평화당 정개특위 간사인 천정배 의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이후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설명을 듣고 천 의원에게 '지금 이 설명을 이해하는 천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동료 의원들이) 다 웃더라"며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하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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