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7시쯤 마스크를 쓰고 걷던 한 노인이 대구 중앙로 인근 국수 전문점 ‘월드국수’ 앞 노상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국숫집 창가에는 ‘힘내라 대한민국’ ‘힘내자 대구시민’ 팻말이 걸려 있다.


지난해 3월 1~4일 동대구역 전체 KTX 승차 인원은 5만8192명, 하루 1만4548명꼴이었는데, 올해 3월 1~4일엔 5948명, 하루 1487명인 10분의 1수준으로 확 줄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폐렴(코로나19)이 발생했을 때 세계 각지로 부랴부랴 도망치던 중국과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 대구 노모(老母) "대구에는 얼씬도 하지 마래이. 나도 안간데이" ●

여당의 바램과는 달리 대구에는 봉쇄 조치가 내려져 있지 않다. 누구나, 언제든, 자유롭게 대구를 떠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취재 내용에 따르면 '대구의 부모들은 외지로 나간 자녀들의 "빨리 빠져나오이소"라는 독촉에도 오히려 "대구에는 얼씬도 하지 마래이. 나도 안간데이"라며 지역 간 격리에 앞장서고 있다.

신문은 이어 '수성구 시지동에 사는 윤명숙(70)씨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강원도 원주에 사는 큰딸(41)과 울산의 작은딸(39)이 몇 차례나 자기들 집으로 오라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더구나 지난 1일은 윤씨의 칠순 생일이었다. 큰딸 김모씨는 "어머니가 칠순의 '칠'자도 못 꺼내게 하셨다"며 "대구는 위험하니 찾아가지도 못하게 하고, 당신도 (자녀들 집에) 오질 않으려고 하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 사재기? 그딴 건 없다... 우한폐렴 환자가 환자에게 양보까지... ●

이뿐만이 아니다. 사재기도 없었다. 조선일보는 '비슷한 우려를 담은 보도가 나오면 시민들은 "평소와 똑같다. 왜곡하지 말라"며 불쾌해한다. 일주일째 마스크 사러 늘어선 긴 행렬 속에서도 큰 목소리 한번 들리지 않는다. 고생하는 의료진에게는 병원마다 도시락, 빵, 과일 같은 위로 물품이 쌓인다. 어떤 모텔은 건물 한 동을 비워 외지 의료인에게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임대료를 내려 받거나 유예하는 '착한 건물주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경증 환자는 '나는 그나마 낫다'며 자발적으로 병실을 양보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 외신의 대구 극찬 "대구는 많은 이에게 삶의 모델이 될 것" ●

이러한 대구의 모습을 지켜본 미국 ABC방송 기자는 "이곳에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다. 절제와 고요함만 있다"는 말로 칼럼을 시작했다. 그러고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뉴노멀이 된 지금, 대구는 많은 이에게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대구를 극찬하면서 칼럼을 마무리했다.

또한 잔뜩 겁에 질려 서울에서 내려온 한 공무원은 며칠 지나 이렇게 말했다. "도시가 마치 동면하듯 조용히 숨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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