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개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정치학회의 용역보고서를 받고도 장병들의 정신교육 교재에서 주적 관련 표현과 내용을 대거 뺀 것으로 7일 확인된 가운데, 최근 군 내부에서 각종 음주 사고, 총기 분실과 함께 장성들의 갑질, 장교들의 출퇴근 조작 사건 등 심각한 군기문란이 연이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쳐,  같은 부대 성희롱, 폭언.폭행 의혹도 있어... ●

지난 2월 강원도 전방의 한 의무대에서는 간부 9명이 술을 마신 뒤 음주 운전을 하다가 부주의로 일행을 차로 친 일이 벌어졌다. 사고 직후 다친 간부들은 병원 진료를 받았지만 경찰이나 헌병대에 신고하지 않고 사고를 숨겼다.

하지만 지난달 국방 헬프콜을 통해 그 사실이 폭로됐다. 군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시 지휘관이 '부대 내에서 이 사건을 덮자' '이 일이 새어나가면 부대는 해체'라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이 부대에서는 작년 10월 간부가 장병들에게 폭언·폭행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성희롱 의혹 사건도 불거졌다.


● 총기 분실... 그러나 7년간 사실 파악 못해... ●

최근 충청 지역의 한 부대는 '실체 없는 총 분실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무기고 담당자가 보관 중이던 M16A1 소총 한 정이 없다는 사실을 5개월 동안 숨겼다가 이를 뒤늦게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조사 결과, 지난 2012년 총기 현황을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총기 번호를 잘못 입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밝혀졌다. 이 부대는 지난 7년간 이런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 출.퇴근 조작... '조기퇴근 위해' ●

10일, 공군 오산 기지 소속 군의관 9명이 한국군과 미군이 같은 기지를 사용하는 점을 악용해 출퇴근 시간을 조작한 혐의로 적발됐다. 오산 기지는 우리 군과 미군이 관리하는 게이트의 출퇴근 기록 시스템이 다르다. 우리 군 게이트를 통과할 때 출입증을 찍으면 자동으로 출퇴근 기록이 남지만, 미군 게이트는 출입 기록이 자동으로 남지 않는다.

이들은 한국군 게이트로 출근한 뒤 미군 게이트를 통해 일찍 퇴근하거나 미군 게이트를 통해 지각 출근하고도 근무시간을 제대로 지킨 것처럼 보고했다. 일부 군의관은 하루에 반나절만 근무한 날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 중 3명은 형사 입건하고 나머지는 징계 조치했다.

이 군의관들의 근무시간 조작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졌다. 작년 12월 국민신문고에 익명의 제보가 없었으면 모를 뻔했다. 군의관들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출퇴근 조작을 계속했다. 군 관계자는 "게이트 출입 내역과 진료 기록을 대조해 조작을 밝혀냈다"고 했다. 공군 의무실은 이 사건 이후 직무 기강 교육을 실시했고,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전 의무부대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하고 있다.


● 미군과 회의도중 통역 장교 머리 가격한 A장성... '공금 유용' 혐의도 있어... ●

한미연합사령부의 A장성은 작년 미군들과의 회의 도중 '제대로 통역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역 장교의 머리를 때렸다. 그는 이 같은 '갑질' 행위로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징계 처분을 받았다.

A 장성은 일부 '공금 유용' 혐의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미군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이 없음)


7일, 국방부가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개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정치학회의 용역보고서를 받고도 장병들의 정신교육 교재에서 주적 관련 표현과 내용을 대거 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군 정신교육시간에 장기자랑을 하는가하면 훈련관들이 뭘해야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육군 중대장은 "요즘 병사들이 '북한 주적 개념은 사라진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간부들이 정신 교육을 하면서 '북한은 주적'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자 병사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이 중대장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정부와 북한의 화해 분위기를 설명한 뒤 '그래도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 맞는다'고 한다"고 했다. 정훈장교로 20여년을 근무한 한 영관급 간부는 "노무현 정부 때도 이렇진 않았다"며 "최소한 '북한군'만은 경계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최근 상급 부대로부터 정신 교육 지침을 받은 간부들 사이에서는 "인성 교육을 하라는 건지, 정신 교육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 한 육군 간부는 "기존의 정신 교육은 주로 대적관과 한·미 동맹 관련 내용이었는데, 이번엔 '우리 분대가 가장 잘하는 것' 등 단합 활동 위주로 구성됐다"고 했다. 군은 최신 정신전력 기본교재에서 한·미 동맹 관련 챕터를 통째로 없앴다.

대적관 등 주요 개념이 사라지면서 정신 교육은 중구난방이 됐다. 많은 일선 군 간부들은 "올해 정신 교육은 대적관보다 역사관 위주로 하려고 한다"고 했다. 군은 올해 말엔 정훈장교들에게 독립운동사 전문화 교육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육군은 전 부대가 시행하는 집중 정신전력 교육에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국가관'을 반영하도록 했다. 일부 부대는 정신 교육 기간에 '응답하라 1910' 등 타이틀을 내걸었고, 훈련장을 신흥무관학교로 꾸며 독립운동 교육 캠프를 열기도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정부가 북한에 온정적인 정책을 펼치는데 군이 계속 '북한은 주적'이라고 하면 입장이 곤란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적이 없는 군 장병은 전투 의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고 전투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북한보다 더 비싸고 좋은 무기를 가졌다 해도 장병들의 정신적 대비 태세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페미니스트 성향을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영상을 틀어주는가하면 '양성 평등', '난민 문제'를 주제로 강연하거나 심지어 '일본을 주적'이라는 내용이 담긴 강연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육군, 페미니스트 성향 예능 틀어주고..."좋은 내용이니 보라" ●

지난 27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 300여명을 상대로 부대 관계자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한 남성 작가가 출연해 '왜 남자는 연애에 실패하는가'를 주제로 길거리에서 강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영상을 틀었다. 내용은 "여성들은 사회적 핸디캡(불리한 조건)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있어 (연애에 대한) 방어기제로 나타난다"는 등의 내용이 20분간 이어졌다. 안보 영상은 없었다.

이날 예비군 훈련 계획에는 목진지(적이 다닐 만한 길목에 설치한 진지) 전투, 검문소 운영, 통신, 화생방, 구급법, 군 기강 확립 등을 교육·훈련하도록 돼 있었다. 국방부의 예비군 교육 훈련 훈령에 따르면 예비군 훈련은 일선 군부대 소속 예비군 지휘관이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육군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준 것은 휴식 차원에서 좋은 내용이니 한번 보라는 의도였다"고 했다.


● 예비군 훈련 '난민 문제', '양성평등 교육', 안보 교육 시간엔 주적이 '일본' ●

최근 예비군 훈련에 참여했다는 김모씨는 "실내 교육 때 강사가 안보 교육으로 난민(難民) 문제를 다루면서 남북 대치 상황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놀랐다"고 했다. "예비군 훈련 가서 양성평등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한 예비군 훈련 참가자는 "안보 교육 강사가 강의 시간 절반 이상을 중세 일본 역사와 일본으로 인한 한반도 수난사에 대해 강의했다"며 "주적(主敵)이 일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 예비군 교육 영상 평화만 지나치게 강조, 그 평화가 어떻게 이뤄는지 알려주지 않아... 심지어 북한이 6.25 남침한 사실도 삭제 ●

정부가 남북 화해·협력을 강조하면서 군이 만든 예비군 교육 영상에서 북한 부분이 대폭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이 지난해 배포한 예비군 교육 영상에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한 번밖에 안 나와 논란이 됐다.

육군은 올해 10분짜리 영상 2개를 만들어 배포했다.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과 '나는 대한민국 군인, 예비군이다'다. 육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영상에도 북한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나라를 잃은 난민의 고통과 6·25전쟁의 참혹한 피해를 보여주며 전쟁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나는 대한민국 군인, 예비군이다'는 과거 예비군의 주요 활동을 소개한다.


● 미세 먼지로 전투 훈련은 영상으로 대체... 예비군 눈치보는 훈련관들... ●

전투 훈련이 주먹구구식이라는 평가도 많다. 최근 예비군 훈련에 참가했다는 이푸름(27)씨는 "미세 먼지 때문에 전투 훈련은 영상으로 대체됐고 훈련 계획에 있던 통신 교육은 안 하더라"고 했다.

김상연(29)씨는 "전투 훈련 때 지도를 펼쳐두고 분대장, 부분대장 등이 표시된 말을 각자 움직이면서 '약진 앞으로'라고 외쳤는데, 이게 훈련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예비군 훈련 부대의 간부는 "소대장 교육을 할 때도 '사고가 나거나 민원이 나오지 않게 적당히 넘어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예비군을 폐지·축소해 달라는 청원 글이 200건이 넘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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