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8시 30분 현재,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한 인원이 145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조작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 한사람이 수십개, 아니 마음만먹으면 무한대로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가능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거나, '동의' 버튼을 누르려면 먼저 로그인을 해야 한다. 그러나 로그인 방식은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처럼 본인인증을 한 뒤 회원가입을 하는 방식이 아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 등 4가지 포털·소셜미디어 계정 가운데 자신이 가입한 하나를 선택해 로그인한 뒤 '동의'를 누르는 방식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네이버와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에 모두 가입해 있다면 최소 '동의'를 4번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네티즌 상당수가 이 4가지 포털·소셜미디어에 가입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의 숫자를 실제 사람 숫자와 반드시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네이버는 휴대전화 번호 1개당 아이디를 3개월에 3개까지 만들 수 있다. 네이버 고객센터는 "네이버는 휴대전화 인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동일 휴대전화 번호로 한 달에 한 번, 최대 3개의 아이디만 가입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네이버는 또 본인 명의 휴대전화가 아니어도 가입을 위한 인증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동원하면 1인당 수십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계정 생성이 더 자유롭다.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는 이메일 계정을 만들 때 본인인증을 요구하고 네이버처럼 '휴대전화번호 1개당 아이디 3개' 같은 제한을 두고 있지만, 해외 사이트는 그런 제한이 없다. 구글과 같은 무료 이메일 계정을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무한대로 이메일 주소를 만든 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반복 가입해 계정을 만들면, 사실상 무한대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동의'를 누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봤더니 구글에서 이메일 계정을 생성하는데 1분, 이 구글 이메일 계정으로 트위터에 가입하는데 30초, 이 트위터 계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로그인 해 '동의'를 누르는 데 30초 걸렸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1번 하는데 2분이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구글 계정을 반복해서 만들면 한 사람이 순식간에 특정 청원에 대한 동의 숫자를 늘릴 수 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는 '구글 계정 무한생성 방법'을 알려주는 글도 올라와 있다.


● 제2의 드루킹? 공교롭게도 김경수 출소 후 벌어진 사건 ●

이 때문에 ‘한국당 해산’ 청원 동의 건수가 132만건을 넘어섰지만, 132만명 이상이 진짜 동의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주장이 한국당 지지자들과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나왔다.

또한 이 사건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출소한 후 벌어진 일이라 더욱 의미심장하다. 지난달 17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김경수(52) 경남도지사에 대해 보석을 허가했다.

이날 김 판사는 김경수 피고인에 대한 보석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석보증금을 2억원으로 지정했다.

일명 드루킹과 바둑이의 조작이라 불리우는 이 사건은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활용해 2017년 대선 기간중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측에게 유리하도록 총 537개 네이버 뉴스기사의 댓글 1만6,658개를 대상으로 184만3,048회에 걸쳐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있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해 유력한 용의자이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 지사가 보석금 2억으로 풀려났다. 그후 김 지사는 메머드급(태평양, 공감, 케이씨엘, 디엘에스, 화목 등 5개 로펌의 변호사 10명) 항소심 변호인단을 꾸렸다. 특히 태평양(최근 삼성소송건을 도맡아 하는 대형 로펌)은 항소심 이후 새로 선임됐다. 공교롭게도 김 지사가 풀려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과연 우연일까?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메머드급(태평양, 공감, 케이씨엘, 디엘에스, 화목 등 5개 로펌의 변호사 10명) 항소심 변호인단을 꾸렸다. 특히 태평양은 항소심 이후 새로 선임됐다.


"법원에 대한 변호인단의 의견을 통일해달라."


지난 25일 서울고법 311호 법정 거대한 변호인단을 꾸린 김 지사측에 서울고법 형사2부 차문호 부장판사가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변호인단이 각자 다른 로펌 소속이라 증인 신문에 관한 주장이 다르다"며 "특검 측에서도 대응하는 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김경수 변호인단 '중구난방?' ●

로펌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온 이유는 김 지사 측의 핵심 입증 증거인 ‘로그 기록’ 때문이다. 김 지사는 항소심에서 물적 증거인 로그 기록을 분석해 김 지사가 드루킹 시연을 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고 있다. 이날 법무법인 공감은 "로그 기록을 전부 조사한 후 증인신문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며 "증인신문을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통상 재판에서는 증인신문 뒤에 서증조사를 진행한다.

그러자 재판부는 "한 분(변호사)은 ‘로그기록 분석 후 증인 신문을 하자’고 하고, 다른 한 분은 ‘먼저 하자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한다. 증인도 신청한 게 다르다"며 "로펌 간 소송전략이 다를 수 있지만 법원과 검찰에 대해 변호인단의 의견을 통일해주셔야 우리가 논의를 일관되게 끌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무법인 공감 측은 재판 15분 전에 재판부에 증인 4명을 추가로 신청했다. 증인 4명 중 3명은 ‘성명불상자’였다.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 윤모씨 외에 ‘오늘의 유머' 사이트 사과문과 관련해 작성 경위를 같이 상의했던 SNS 팀원 중 한 명, 재벌개혁 보고와 관련해 설명할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에 참여한 인사 한 명, 인사 추천 관련자 중 한 명 등이었다. 공감 측 변호인은 "죄송스럽게도 관련자 이름은 명확히 특정하지 못했습니다만 다음 기일까지는 특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갑자기 증인이 추가된 탓에 재판부와 검찰 측의 자료 검토를 위해 재판이 한때 휴정되기도 했다.


특검, "김경수 변호인단 '소송 지연책'을 쓰고 있다." ●

검찰은 "당초 증인을 결정하기로 한 2회 공판기일부터 2주가 지났는데, 확정하지 않고 공판기일 조금 전에 서류를 제출해 추가로 증인신문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소송 지연책"이라고 비판했다.

재판장은 "증인 신청 여부를 봤기 때문에 보석도 편안한 마음으로 결정했다"며 "그런데 기일이 진행되면서 계속 새로운 증거를 신청하는 것은 우리가 원래 정했던, 합의했던 원칙과 반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특검이 적절히 지적했 듯, 재판부가 이미 선언했 듯 정해진 기일 내에 신청하지 않은 증거는 원칙적으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신청한 추가 증인 4명은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 소통 無 김경수 거대 변호인단? "산으로 가는중" ●

같은 사건을 변론하고 있는 로펌들이 재판에서 각각 다른 주장을 하면서 변호인단 내에서도 소통이 잘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동대리인인 로펌이 법정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매우 이례적이고 이상하다"며 "로펌들이 의뢰인과 함께 사전에 변론 작전을 어떻게 짜야할 지를 비롯해 증인신문 방법이나 순서까지 다 합의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로펌 간 의사소통이 안 되나본데, 어느 한 로펌이 피고인(김 지사)과 소통이 안 되는 경우일 수 있을 것 같다"며 "김 지사가 도정 등으로 바빠 직접 재판을 다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호사들 사이에서 중간 정리를 하는 사람도 없으니 의견통일이 안 되고, 각자 자기 생각대로 진행하다 보니 재판이 산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변호인단은 "전체적으로 변론 준비는 같이 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업무분담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 가운데 한 명인 법무법인 공감의 이옥형 변호사는 "(로펌 별로) 생각이 다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이 여럿이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여러 관점에서 문제제기를 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꼭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 직전 추가 증인 신청과 관련해서는 "태평양과 공감이 서로 증인 신청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합의해서 신청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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