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국정원의 전신) 특수공작원으로 활동했던 박채서씨(암호명 '흑금성')는 최근 김당 현 정치부 선임기자가 출간한 <공작1·2>(이룸나무)에서 당시 북한의 실세였던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이 자신에게 "중국 군부로부터 위성정보를 제공받아 천안함을 공격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중국 심양군구 지원없이 절대 불가능"
북중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 2010년 5월 저녁. 흑금성은 리호남 북한 내각 참사의 연락을 받고 북경의 '중국대반점'에서 장성택 부장을 만났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여 지난 시기였다. 흑금성은 특수공작원을 그만둔 뒤에도 장성택 부장과의 비밀채널을 유지하고 있었다.
흑금성을 만난 장성택 부장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전에 천안함 사건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북한 군부 강경파가 자신의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고, 최고 권력자의 후계구도에도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 4월 5일)을 앞두고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북한 군부 강경파의 도발에 중국 군부의 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한 점이다. 장성택 부장은 흑금성에게 "박 선생,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 잠수함이 천안함이 어디 있는지 어케 알고 어뢰 한 방으로 폭침시킨단 말이오?"라며 "중국 심양군구의 정보지원 없이 우리 해군의 전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동북 3성을 관할하는 선양군구는 실제적으로는 북한과 무역투자나 군사적으로 밀접할 수밖에 없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에는 '병아리 작전'에 따라 선양군구 산하 부대들이 북한에 무력 진압하도록 되어 있어, 북한 내부 사정과 군부 동향은 이들의 최우선 관심사이다. 따라서 선양군구와 북한군 지도부와는 밀접한 협력관계가 자연스럽게 장기간 형성되어 왔다." (<공작2>, 456쪽~457쪽)
"우리가 정보수집기가 있습니까? 첩보위성이 있습니까?"
장성택 부장은 지도까지 그려가며 천안함 사건을 설명해 나갔다. 그는 "박 선생, 천안함이 피격을 받은 시각이 밤 9시 22분경이에요"라며 "천안함은 그때 칠흑 같이 어두운 시각에 백령도 부근 1.8km지점에 정박중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해군의 능력으로는 백령도 뒤편에 바짝 붙어서 은폐하고 있는 선박을 야간에 공격할 방법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내래 물어보니 잠수함도 지휘본부의 유도없이 야간에 물체를 식별해 공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잠수함 작전을 하려면 군사첩보위성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박 선생도 알다시피 우리가 남조선처럼 정보수집기가 있습니까, 첩보위성이 있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오래 전부터 중국 군부로부터 위성정보를 제공받아 군사작전계획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작2>, 457쪽)
결국 북한 군부 강경파가 중국 군부로부터 위성정보를 제공받아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공작>은 "장성택은 천안함 사태를 처음 보고받은 뒤에 전문가들을 동원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박채서에게 말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장성택 부장은 흑금성에게 "내가 한 말의 출처를 밝혀도 좋으니 이명박 대통령과 핵심 측근인사들에게 이런 급박한 상황을 전달해주고 북남관계 개선에 힘써 달라"라고 부탁하면서 "현재의 대결국면이 지속된다면 북한 내부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흑금성은 장성택 부장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같은 해 6월 1일 새벽 국정원 대공수사국 수사관들에게 긴급체포됐기 때문이다. 장성택 부장은 흑금성이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이던 지난 2013년 12월 처형됐다.
<공작1·2>의 저자인 김당 기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흑금성이 장성택 부장 형의 아들과 가까웠고, 장성택 부장의 비자금이나 중국내 부동산을 관리했을 정도로 장성택 부장과의 관계가 특별했다"라며 "특히 천안함 관련 이야기는 장성택 부장이 죽기 전인 2010년에 나에게 직접 증언한 것이어서 흑금성이 지어낼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김당 기자는 "이것의 사실여부를 검증할 수는 없겠지만 장성택 부장이 흑금성에게 이런 내용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말하면서도 뒤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응문제로 탓을 돌리는 저자의 말을 인용했다.
마치 아덴만에서 해적에게 납치됐었던 대한민국 국민 전원을 구출하자, 사살당한 가난한 해적들이 불쌍하다며 기뻐하는 국민과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던 한겨레신문이 떠오른다.
현 여권 지지자들도 더이상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음모론 제기는 못할 듯 싶다. 위 보도를 조선일보가 했다면 죽을 힘을 다해 가짜뉴스라고 비난만 했을텐데, 오마이뉴스에서 보도를 했으니 말이다.
사실, 이번에 밝혀졌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논리적이었던 적은 없었지만, 이번엔 그 무논리도 마저도 잠시 사그라들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이다. 부디 앞으론 북한 편 그만들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그쪽 분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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