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졸고있는 장면. 2018. 11.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대기하던 중 졸고있다. [연합뉴스]


KBS는 18일 ‘KBS 뉴스9’에서 이모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공모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대화 녹취를 입수했다고 보도하면서다. 하지만 이 전 기자가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한 검사장이 보도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19일 ‘KBS 뉴스9’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사과했다.

그런데 20일에 열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수신료 인상을 적절한 규모로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현실화돼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KBS가 이른바 ‘검언유착’ 관련 오보를 두고, 하루 만에 오보를 시인할 정도의 보도를 메인 뉴스에 내보낸 배경이 ‘수신료 인상도 고려한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다는 건 언론계 관행상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특종을 놓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쓰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번 보도는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KBS 공영노동조합은 20일 성명에서 “KBS 보도본부는 소설을 쓴 것인가, 정권의 프로파간다(선전) 스피커로 전락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KBS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해당 대화 녹취는 누구로부터 입수했고, 직접 취재한 것인가”라며 “취재진이 입수했다는 ‘대화 녹취’의 정체에 대해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언론보도를 비판하면서 해당 재판에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출연시킨 것에 대해 KBS 시청자위원회도 “(사건의) 핵심 당사자에게 오해 살 만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적절하냐”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권마다 KBS의 여권 편향성은 논란이 됐지만 최근 ‘검언유착’ 논란 등은 너무 과도하다”며 “KBS가 이번에는 수신료 인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노골적인 친여(親與)적 방송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KBS로선 과거보다 수신료 인상이 절박한 상황이다. 2018년 4월 양승동 사장 취임 후 적자로 전환한 KBS는 지난해 759억원의 사업손실을 냈다. KBS 경영진은 24일 비공개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올해 1000억원의 적자 폭을 예상하며 2023년까지 1000명을 감축하는 ‘경영혁신안’을 제출했다.

양승동과 문재인.


경영난을 겪고 있는 KBS가 전체 수입에서 수신료 비중을 현행 46%에서 70%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최소 1000원 이상 올려야 한다.


● 편파 방송하면서 수신료 올릴 때만 '국민'들먹이나? ●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직원조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포함한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KBS가 명실상부한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 재원이 전체 재원의 70% 이상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KBS에 따르면 지난해 KBS가 받은 수신료는 6705억 원이었다. 전체 재원의 46% 규모다. 지난해 기준으로 1조4566억 원인 KBS의 전체 재원에서 수신료 비중을 70%로 늘린다면 약 1조200억 원을 걷겠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수신료 수입 6705억 원의 약 1.5배로, 산술적으로는 수신료를 납부하는 현 가구 수의 변동이 없다면 수신료를 월 3750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양 사장은 “하반기에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끊임없는 편파 논란... ●

KBS는 과거 여러 차례 방송법 개정을 통해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려고 했으나 미흡한 구조조정 계획 등 반대 여론에 부닥쳐 번번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저널리즘 토크쇼 J’ 등 편파 방송 논란 등이 불거져 수신료와 전기료 분리 징수 국민청원 등 수신료 납부 반대 운동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1일자 첫방송한 드라마 '출사표' 등장인물은 대놓고 진보는 '선', 보수는 '악'으로 설정해뒀다.


● 양승동 취임 후 적자... 다른 사람 목 치는 '구조조정' 칼 빼드나? ●

양 사장은 현재 5300여 명의 직원을 앞으로 4년간 1000명 이상 감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연간 전체 비용의 35%를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을 2023년까지 30% 이하로 낮추겠다는 얘기다.

양 사장은 “2023년까지 자연 퇴직하는 인원이 900여 명이면 100명 정도 추가 감원이라고 간단히 생각할 수 있지만 신규 채용을 유지하면서 4년 동안 1000명을 줄이려면 상당한 규모의 추가적인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KBS는 감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별명예퇴직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성과급제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기 인사평가에서 성과가 3번 이상 일정 기준보다 낮게 나올 경우 해고하는 삼진아웃 제도도 실효성 있게 운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양 사장과 임원진은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KBS는 2018년 4월 양 사장 취임 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사업 손실은 759억 원이었고, 올해는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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