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은)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고 같은날 북한 매체들도 "일본이 갈수록 오만방자하게 놀아대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 문재인, 기업 총수들 불러놓고 일본 협박? ●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로 주요 대기업 총수 등 경제계 인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화답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일본 정부가) 아무런 근거없이 대북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당연히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하여,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또 "단기적 대책으로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입처의 다변화와 국내 생산의 확대, 해외 원천기술의 도입 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며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요할 경우 그 절차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빠른 기술개발과 실증, 공정테스트 등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예산은 국회의 협조를 구해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 국회도 필요한 협력을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든,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특정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육성과 국산화를 위해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며 "세제와 금융 등의 가용자원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롯데그룹 황각규 부회장 등 30개 대기업 총수·CEO가 참석했다. 한국무역협회 김영주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등 4개 경제단체 대표도 함께 했다. 

재계에서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롯데그룹 황각규 부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GS그룹 허창수 회장, 농협 김병원 회장,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KT 황창규 회장, 한진 조원태 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LS 구자열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효성 조현준 회장, 한국투자금융 김남구 부회장, 대우조선해양 이성근 사장, 영풍 장형진 회장, 하림 김홍국 회장, 교보생명보험 신창재 회장, 금호아시아나 이원태 부회장, KT&G 백복인 사장, 코오롱 안병덕 부회장, OCI 이우현 부회장, 카카오 김범수 의장, HDC 정몽규 회장, KCC 정몽진 회장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해외 출장 등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같은날 북한 매체들, 문재인과 합심해서 일본 맹비난 ●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친일매국 행위가 초래한 사태'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 기사에서 "과거 죄악에 대한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일본이 갈수록 오만방자하게 놀아대고 있다"며 "얼마 전 일본 당국이 남조선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한 것은 그 대표적 실례"라고 했다. 

신문은 "일본 당국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에는 남조선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강화하여 과거 죄악에 대한 배상 책임을 어떻게 하나 회피하는 동시에 남조선 당국을 저들의 손아귀에 틀어쥐고 군국주의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아베 일당의 간악한 흉심이 깔려있다"고 했다.

이어 "현실은 지난날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천인공노할 죄악에 대해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사죄와 배상을 한사코 외면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덮어버리고 다시금 침략의 길에 나서려는 일본 반동들의 책동이 얼마나 엄중하고 무분별한 단계에 이르고 있는가를 똑똑히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죄악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우리 민족의 리익을 짓밟으며 더욱 파렴치하게 놀아대는 일본 반동들의 망동을 결코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지금 남조선에서 인민들의 반일 감정은 하늘에 닿고 있다.우리 민족은 천년숙적 일본의 죄악을 반드시 천백배로 결산하고야 말 것"이라고 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오만함의 극치, 분노한 민심'이라는 기사를 통해 "과거 침략사에 대한 책임 인정을 한사코 회피하던 섬나라 족속들이 이제는 그 무슨 '보복' 행동까지 취하며 오만하게 놀아대고 있어 온 겨레의 치솟는 격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아베의 속셈이 드러났다'는 기사를 통해 아베 총리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자민당이 선거에 이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언급하며 "결국 일본집권당이 '경제보복'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2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대(對)한국 경제 보복에 나선 것을 두고 "앞으로 대책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상황이 유동적이라 일본의 대응을 더 지켜본 뒤 본격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상황을 방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처럼 외교·경제적 해법을 마련해야 할 부처들이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징용 피해자의 동의와 설득을 우선시하는 청와대의 '과거사 우선주의' 방침 때문으로 알려졌다.


● 한가로운 문재인 정부 "(일본의 제재를 두고) 수입선 다변화의 계기가 될 것" ●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무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 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방침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나고 나서 나온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국가 간의 문제라 더더욱 그렇다"며 "앞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조금 더 지켜봐 달라.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판결이 원인이라는 것도 결국 언론의 해석 아닌가"라며 언론 보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아베는 WTO 규칙까지 언급하며 제재 의지 밝혀 ●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이 취한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맞는다. 자유무역과 관계가 없다"며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로 행해 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했다.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이라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일본은 총리가 전면에 나섰는데도 청와대는 "관련된 입장이나 발표는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공을 경제 부처로 넘겼다.


● 문재인 정부 경제 부처들, 기업들에 "왜 이제야 알았느냐"며 타박 ●

정작 경제 부처들은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에 "왜 이제야 알았느냐"며 타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 경제 보복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승일 차관과 유정열 산업정책실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4사 임원들과 회의를 가졌다.

복수의 참석자는 "산업부도 사태 파악이 제대로 안 돼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유 실장이 참석자들에게 "기업은 언제 이 사태를 알았느냐"고 물었고 기업 관계자들은 "우리도 언론 보도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유 실장은 "삼성이나 SK, LG는 일본에 지사도 있고 정보도 많을 텐데 사전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느냐"고 했다. 한 참석자는 "기업이 먼저 알아서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제대로 역할 못 한 것 아니냐는 말로 들렸다"고 했다.


● 문재인 정부 "우리 기업들이 나서서 일본을 소송하는 게 어떠냐?" ●

다음 날인 1일 대책회의 때도 마찬가지다. 정 차관이 "WTO에 제소한다" "국산화하자"는 대책을 말했지만, 기업 참석자들은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칠 수가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정 차관은 "우리 기업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공급 중단을 문제 삼아 소송을 거는 건 어떠냐"며 "민간 기업 간 계약 파기로 볼 수 있지 않으냐"는 취지의 말도 했다. 4개 기업은 "귀책사유가 일본 정부의 제도 변경이라 일본 기업에 소송을 걸긴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 일본과 싸움할 준비만 하는 문재인 정부... 외교는? ●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이 지난 1일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을 문제 삼는 것은)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청와대 '지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1일 3~4개의 '장관 입장문' 후보를 청와대에 보냈고, 청와대에선 가장 수위가 높은 입장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성 장관이 사실상 청와대의 입장을 '하명 대독'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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