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47분, 윤웅걸(53·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검장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개혁론2’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중국 공안 제도와 유사하다"면서 "이번 수사권 조정이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 무력화와 장악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 다른 길(공산.사회주의)을 걸어온 중국의 제도를 도입?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 ●

윤 검사장은 검찰 내 구성원이 모두 볼 수 있는 해당 글을 통해 “서구 선진국 제도를 제쳐놓고, 굳이 다른 길(공산.사회주의)을 걸어온 중국의 제도를 그대로 베껴 도입함으로써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방법을 택한 것은 잘못이다”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검사장은 또 “사법제도 개혁은 다른 나라의 사법제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논리에 치우쳐 진행되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며 “외국의 선진제도를 살피지 않는 것은 눈과 귀를 가리고 개혁을 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 공수처 법률안에 홍콩(불법 수사), 싱가포르(정치 탄압) 사례만 포함돼...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이미 도입된 나라는 대부분 검찰 제도가 미약한 영연방국가로 사법제도 자체가 달라 따라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에 제출된 공수처 법률안에는 홍콩의 염정공서,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이 공수처 도입으로 긍정적 성과를 낸 사례로 포함돼있다.
 
윤 검사장은 “싱가포르 탐오조사국은 정부 비판 인사 탄압 등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발생한 바 있고, 홍콩 염정공서는 감시·미행 등 사찰 수준의 불법적 수사방법으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는 한국에서 추진하는 공수처와 닮았다”며 “국가감찰위원회는 부패 척결을 명목으로 효율적으로 정적을 제거하는 등 통치권자인 주석의 권력 공고화와 장기집권에 기여하고 있다는 언론의 평가가 나온다”고 썼다.


●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

검찰개혁에 참고가 될 만한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윤 검사장에 따르면 독일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의 비대화와 독자적 수사권 행사가 문제 돼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전제로 경찰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논의했다. 독일 형사소송법에는 검사의 수사지휘권과 검사 지시에 대한 경찰의 복종 의무가 명시돼있다.
 
그는 “일본은 현재 검사의 수사권, 수사지휘권, 검사 지시에 대한 경찰의 복종 의무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고 프랑스는 수차례에 걸친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경찰에 대한 지휘와 통제를 거듭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또 윤 검사장은 “서구 선진국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지 않는 건 기소 여부 판단을 기소권자가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검사의 수사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불기소사건을 종결하는 건 중국의 공안이다”고 강조했다.

윤 검사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정치적 중립 문제를 검사 개개인의 양심과 용기에만 맡길 수는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현재 검찰개혁안과 같이 권력의 영향력은 그대로 두고 검찰권만 약화시킬 경우 검찰의 정치 예속화는 가중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 "검찰을 통치수단에서 벗어나게 해야 된다" ●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고 검찰을 통치수단에서 벗어나게끔 하는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검사장은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해서라도 검사들이 과도하게 직접수사권을 행사하는 관행은 줄어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사는 불편하게 해야 한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윤 검사장은 지난해 11월에는 ‘검찰개혁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법무부의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했다. 당시 윤 검사장은 “검찰개혁이 검사의 사법통제 없이 경찰의 독점적 수사권 인정으로 가는 것은 사법제도의 후퇴다”고 지적한 바 있다.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법제도 개편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에 잠정합의하면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7인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 공수처장 7명중 4명 이상이 '문재인의 사람'으로 채워질 가능성 크다 ●

그런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의 과반을 친여 성향 인사로 채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자유한국당에서 제기됐다. 공수처 도입 취지와 달리 공수처장 임명과 조직 구성이 정부·여당 의중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4당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회 몫 4명(여야 각 2명), 법무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 등 3명이다. 공수처장 추천위는 추천위원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은 2명의 인사를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대통령은 2명 중 1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하고, 지명된 인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의 수사·조사관은 조사·수사·재판 분야에서 5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자로 제한된다.

그러나 한국당에선 이런 안대로라면 공수처장 임명에 있어 대통령과 여당의 입장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장 후보로는 전체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추천될 수 있다. 그런데 법무장관과 여당 추천위원 2명 등 3명은 대통령 의중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행정처장은 야당보단 현재의 여당과 성향이 가깝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과반(4명)을 친여 인사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친여 성향 위원이 추천위 과반을 차지할 경우 관련 논의가 여권 의중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변협 추천위원과 야당 위원 2명 중 1명이 정부·여당과 뜻을 같이할 경우 공수처장 후보 2명 중 적어도 1명은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인사로 추천될 가능성이 크고 대통령은 이 인사를 낙점할 것이란 게 한국당 주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번 공수처 설치법 패스트트랙 추진처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다수연대’를 구축할 경우 중립적인 인사를 공수처장에 임명한다는 말은 구두선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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