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 양평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연찬회 비공개 토론에서 노선과 진로를 논의하는 과정 중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문제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날 첫 발언자는 유승민 의원이었다. 유 의원이 당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약 7개월 만이다. 그는 200자 원고지 17장 분량의 연설문에서 "개혁 보수 정체성 위에서 제대로 된 보수 재건을 우리가 주도하자"고 했다. 이어 "우리가 저 낡고 썩은 보수, 자유한국당의 대안이 돼 한국당보다 문재인 정권을 더 확실하게 견제하겠다고 얘기해야 국민께서 우리에게 마음을 주실 수 있다"며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이미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이날 호남 중진 의원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작년 지방선거 직전 박주선·김동철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범보수 야당으로 분류한 방송사를 형사 고발하겠다'고 한 말을 듣고 정말 놀랐다"며 "보수가 그렇게 싫으면 안철수·손학규 두 분은 '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데 대해 왜 항의 한마디 안 하나"라고 했다.

그러자 호남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김동철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대신해 한국당을 심판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평화당과 당대당 통합을 해 당의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주선 의원도 "당의 존재감이 약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세력을 더 키워야 한다"며 "평화당 의원들은 과거 국민의당 동지"라고 했다. 이에 일부 바른정당계 의원은 "우리가 한국당을 대신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지 왜 엉뚱하게 제1야당을 심판하느냐"고 했다.

유 의원은 토론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평화당과의 합당·통합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합리적' 진보 노선에 동의할 수 없고, 바른미래당을 '진보 정당'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당의 많은 의원은 평화당과의 통합론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일부 바른미래당 지지자들은 "찢어지지 않을거야"라고 굳게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동안 내부에서만 있던 분열 조짐이 수면위로 떠올라 만인이 알게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전쟁을 선포하며 평화당과 통합해 국민의당 계열의 뜻대로 공식적인 더불어민주당 2중대로 자리잡을까? 아니면 자칭 개혁보수의 자리를 고수할까? (솔직히 기대는 안된다.) 여튼 부디 민주당 2중대로 자리매김하진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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