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홍콩 정부가 제안한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홍콩에서 수십만명이 벌인 평화시위는 이 법안에 대한 대중의 반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홍콩의 범죄인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려는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것이다. 친중파들이 장악한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법’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우리는 또한 개정안이 홍콩의 사업 환경을 해칠 수 있고 홍콩에 거주하거나 홍콩을 방문하는 우리 시민들에게 중국의 변덕스러운 사법제도를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또 "'한 국가 두 체제'의 지속적인 침식은 홍콩이 오랫동안 확립해 온 특수 지위와 국제 문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달 홍콩의 민주화 지도자인 마틴 리 전 민주당 창당 주석을 만나 이번 법안이 "홍콩의 법치주의를 위협한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홍콩이 추진하는 법안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대만 등에서 이 법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외부 세력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정부가 중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해 홍콩에서 100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SCMP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송중(反送中)’이란 팻말을 손에 들고 늦은 밤까지 시위를 계속했다. 빅토리아공원에서 출발한 시위대는 코즈웨이 베이와 완차이를 지나 홍콩정부청사까지 행진하며 ‘반송중’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라고 했다. 현지 경찰은 시위대를 최대 24만명으로 추산했다. 
  
홍콩 정부는 중국 등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사안에 따라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친중파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이런 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날 시위대는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도 함께 외쳤다.    
  
홍콩 시민사회에선 중국 정부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깨고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려 한다고 우려한다. 특히 2014년 ‘우산혁명’ 실패 이후 자유와 인권이 급속히 후퇴할 것이란 걱정이 더 깊어지면서 홍콩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실정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홍콩 정부를 통해 간접 개입하는 등 움직임을 보일 경우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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